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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오버

[비행일기1] 실수투성이었던 첫 비행, 테헤란 옵저버 비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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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로 들어와 자켓과 아이디를 정리하고
서비스 자켓과 캐빈 슈즈를 꺼내 비어있는 컴파트먼트에 넣었다.

나의 일일 선생님을 자청한 Ali를 따라다니며 Safety check과 Security search 하는것을 눈으로 보고 배웠다
(비행 몇개월 한 지금 생각해보면 Ali는 진짜 매뉴얼의 정석이었다. Life Jacket까지 아주 꼼꼼히 확인함)

다른 크루들과 함께 점싯에 앉았다면 더 제대로 배울 수 있었을 테데
이 비행기는 작디작은 A320 LA 시리즈....

나만 제일 뒤 승객 좌석에 앉게되었다.

이게 또 여러 문제를 만들었는데 ㅋㅋㅋㅋ

승객들은 Seat belt sign이 꺼질때까지 앉아있으면 되지만
우리는 그 전에 일어나서 서비스를 준비해야한다.
언제 일어날지는 기장님이 특정한 사인을 준다

근데 take off & Landing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사인과
일어나서 서비스 준비해야하는 사인이 같다

아무튼 나는 따로 앉아있었기에 언제 일어나야하는건지 몰라서 계속 앉아있다가
Ali가 일어나라고 데리러왔다......ㅋㅋㅋㅋ 분명히 사인을 계속 보고있었는데 못보고 지나친것이다 ㅠㅠ
대체 언제 지나갔냐고 하니까 사인을 눈으로 보기보단 소리로 듣고 일어나야한다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다들 일하는데 앉아있는 파렴치한 크루가 된것같아 마음이 너무 안좋았다.

Ali와 페어를 이루어 기내식 서비스를 하고
서비스 자체는 별탈없이 끝냈다

비록 클리어런스때 트레이 한번 엎지르긴 했지만^^
카트의 한줄에 총 4개의 트레이가 들어간다
앞뒤로 트레이를 넣다보니 2개씩 밀어넣었어야했는데
비어있는줄 알고 넣은 자리가 사실은 트레이 4개가 다 차서 제일 바깥쪽에 있던 트레이가 반대쪽으로 엎어진것이다
이때도 너무 착한 크루들 ㅠㅠㅠ과 씨에스 ㅠㅠ
처음할 때 항상 있는 일이라며 It's okay It's okay 열번은 말하며 씨에스는 앞에서 뜨거운 타올까지 갖다줬다

밀 트레이 콜렉션까지 다하고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는데

바로 비행기 멀미였다 ㅠㅠㅠㅠㅠ

나는 비행기 타면 바로 잠드는 스타일이다
처음으로 기내에서 계속 서서 일을했는데

갤리의 오븐에서 기내식 데우는 냄새가 너무 역했고
승객들이 다 먹고난 기내식 트레이를 치우는데 그 냄새가 계속 맴돌았다
설상가상으로 터뷸런스까지 만났는데 A320-LA가 워낙 작은 기종이라 터뷸런스에 심하게 영향을 받았다 ㅠㅠㅠㅠ
위액이 목끝까지 올라온게 느껴질정도로 상태가 안좋았다 ㅠㅠㅠ
그런데 배우는 입장에서 아프다고 티낼 수도 없고
꾸역꾸역 참으며 일을 했다

그렇게 랜딩할 시간이 되었고
아까 일어난 타이밍 놓쳤던게 생각나서
이번엔 절대 늦지말고 서비스 준비 사인 떨어지자마자 일어나서 뒷 갤리로 가야한다 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이번엔 랜딩인데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앉아있다가 띵띵 소리가 나자마자
안전밸트를 풀고 갤리로 갔다

일어선 나를 보고 사색이된 크루들...
이번에 울린 사인은 일어나라는 사인이 아닌 landing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사인이었던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앞서 말했듯 take off & Landing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사인과 일어나서 서비스 준비해야하는 사인이 같다)

그전에야 일하느라 돌아다닌다 쳐도,
take off와 landing때 가장 사고가 많이 나기 때문에 그때만은 어떻게든 앉아있어야하는데ㅠㅠ
하필 그 타이밍에 일어나서 자리도없는 갤리로 갔으니
심지어 landing하면 갤리에서 딱히 해야할 일도 없는데ㅋㅋㅋ 다시 후다닥 캐빈 마지막 자리로 돌아와 싯밸트를하고 앉았다.
이렇게 또하나 배웠다.......ㅎㅎ


어떻게 랜딩을 하고
승객들이 다 내린 다음
숨돌릴 시간이 주어졌다

문제는 너무 많이 주어졌다ㅎㅎ

고작 2시간 밖에 안되는 턴비행에
두 비행 간 시간이 4시간이나 되는것이다 ㅋㅋㅋㅋㅋ
한시간은 그라운드 서비스한다 쳐도 3시간이 남으니
다같이 모여서 수다떨고
Ali와 사무장님이 비즈니스 클래스에만 있는 에스프레소 캡슐 커피와 딸기 스무디, 티, 과자까지 챙겨줬다

기념하고 싶어서 눈치봐가서 살짝 찍은 비즈니스 커피. 캡슐커피로 만든다



하지만 4시간은 너무 길었다..ㅋㅋㅋ
공기도 텁텁하고 기내식 데운 냄새가 익숙하지 않은 나에겐 너무 심했다 ㅠㅠ
턴이라도 공항까진 나갈 수 있지않을까? 했는데 전혀


창밖으로 보는 공항 풍경이 내가 기억하는 이란 테헤란의 전부이다
비행기 안에만 8시간 넘게 있는데
비행시간으로 밖에 수당을 안받으니 고생 대비 보상이 너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옵저버라 그 비행수당 마저 없었지만ㅎ
왜 크루들이 턴 비행 싫어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4시간의 시간을 죽이고
두번째 섹터가 시작됬다.

아까 트레이 엎음의 충격(?)으로
캐빈 나가기가 두려워
이번에는 갤리 옵저버해도 되냐고 하니까 흔쾌히 그러라던 크루들

갤리맡은 크루한테
내가 뭐 도와줄거 있어?
라고 물어보니 없다고 가만히 있으라고 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가만히 있는게 제일 도와주는거였던것같다
아니 그냥 갤리에 없는게 제일 나았을 듯
그 좁은 320갤리에 뭐해야할지 몰라서 민망하게 서있었는데 ㅋㅋㅋ 그냥 걸림돌이었을거같다..... 미안해 갤리매니저야.... 티 커피 만드는거라도 시키지그랬어...

서비스 끝나고 갤리까지 다 치운후 뭐 해야할지 몰라서 갤리에 계속 남아있었는데
갤리매니저가 여기있지말고 Go and Sit하라고 했다

벌써 랜딩할 타이밍인가??
느낌상 비행기가 너무나 하늘에 떠있는것같았는데
일단 Go and sit하라고 하니까 캐빈 제일 뒤쪽으로 가서 앉았다.

근데 느낌이 쎄한게 나만 앉아있고 다른 크루들은 서서 돌아다니는 것이다
지금 뭐해야하는건지 모르겠고 일어나야하는건지 앉아야하는건지 전혀 감이 안왔다.
결국 Ali가 나를 또 찾아왔다 ㅋㅋㅋㅋㅋ

Ali: Babe, why are you sitting?

나: 어.. 아까 저 친구가 앉으라고 했는데
나 뭐 해야해? ㅠㅠㅠㅠㅠ

Ali: 괜찮아 근데 아직 앉을 타이밍 아니야

나: 헉... 미안미안 ㅠㅠㅠㅠ

남들 일하는데 앉아서 노는 크루가 된것같아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ㅠㅠㅠㅠ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갤리 친구가 말한게 사실은 Go and sit이 아니라 Go and secure였을것 같은 느낌
랜딩하기전 승무원들이 등받이 세우고 창문 커버 열고 안전밸트 하라고 기내 점검을 해야한다
아직 앉을 타이밍이 아니었다면 그걸 하러가라고 한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근데 Final secure하기에도 좀 이른시간인데
그냥 좁은 갤리에 내가 있던게 장애물이었던 걸까?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실은 미궁속으로)


트레이닝때 책으로만 배운걸 실전에서 해보니
트레이닝때 부분 부분으로 배웠기 때문에 하나로 꿰는게 아직 잘 안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CS가 오늘 뭐 배웠냐고 해서 이 기분을 솔직하게 말했더니
괜찮다고 비행 3개월은 되야 익숙해지고
Some people은 6개월 걸리기도 한다. 자기도 거의 6개월 걸렸다며 따듯한 말을 건네줬다 ㅠㅠ

그리고 다른 궁금한거 물어보라고 해서
비행기 멀미가 너무 심한데 어떻게 해야하냐고 하니

이 기종이 작은 기종이라 많이 흔들려서 더 멀미가 났을거고
보잉 777이나 다른 큰 기종 타면 훨씬 나을거라고,
한달 정도 비행하면 적응할거라고 말해주면서도
한달 지나서도 멀미가 너무 심하면
비행기에서 일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닌거라고
Ground job 찾아보라고 솔직하게 말해줬다
Cabin crew는 only job이 아니라며
너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한거라고 조언해줬지만

이 얘길 들었을때 너무 무서웠다.
두번의 조이닝을 거쳐 도하에 왔는데
내가 기내에서 일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면 어떻게 되는걸까
너무 두려웠는데

비행 3개월이 지난 지금 멀미도 거의 없고 비행도 익숙해져서 잘 오퍼레이팅 하고있다.
승객으로 탈땐 다르겠지만 승무원으로 일할때는
비행전에 뭘 든든히 먹어야 멀미가 안난다!
첫 옵저버때 빈속으로 가서 멀미가 더 심했던 것 같다
이제는 비행전에 최대한 한식으로 든든하게 챙겨먹고 나간다. 정 안되면 빵이나 바나나 하나라도 먹고간다.

비행 시작하면 매일 비행일기 써야지! 했는데
비행일기는 무슨... 그동안은 공부하고 적응하느라 바쁘고 오프땐 자느라 바빴다
3개월쯤 지나니 많이 익숙해지고 미뤄뒀던 비행일기도 쓸 여유가 생겼다
정말 귀신같은 CSㅋㅋㅋ

Ali도 내가 실수한것 때문에 침울해져있으니까
너가 오늘 한 실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리고 실수한번 하면 다시는 똑같은 실수 안한다고 다독여줬다
정말로 한번 실수한건 뇌리에 남아서 다시는 실수 안한다.

다시 돌이켜봐도 크루들이 너무 좋았던 첫번째 옵저버
카타르항공은 정말 크루들이 너무너무 착하다 ㅠㅠ
이 회사에서 버틸려면 이렇게 착한애들만 남던지
아니면 정말정말 이상한애들만 남던지 둘중 하난거같다^^

아무튼 첫번째 옵저버때 실수를 너무 많이해서 더 이상은 할 실수가 없겠지 싶었지만
놀랍게도 있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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