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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오버

[비행일기2] 두번째 옵저버, F2가 모두 씩내고 안온 B787-9 Z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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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비행을 하기전,

트레이니들은 두 가지 타입의 견습비행을 해야한다

 

하나는 아일(복도)가 하나인 Narrow body fleet,

다른 하나는 아일이 두개인 Wide body fleet

 

이렇게 네로우와 와이드바디 두개를 각각 타보고 나서

찐 승무원으로 솔로비행을 할 수가 있다

 

저번 테헤란 비행은 복도가 하나인 네로우바디였다

 

이번 제다 비행은 복도가 두개인 와이드바디 B787-900

 

저번 네로우 바디 A320-LA에서 멀미로 고생을 했기때문에

이번엔 더 낫겠지 부푼 맘을 갖고 브리핑 오피스로 향했다

 

브리핑 오피스에 갔더니 케냐인 F1(비즈니스 클래스 승무원)한명이 앉아있었다.

그런데 내가 오자마자 이 기종 미니멈 승무원이 몇명인지, 도어가 몇개인지 기초적인 질문들을 나에게 하는것이다.

그리고 자기 이 기종 별로 안해봐서 자신없다면서 갤리에 아이템들 위치가 어디인지 자꾸 물어봤다

지식적인 부분은 이제 막 트레이닝을 끝냈기 때문에,

또 아직 비행이 익숙하지 않아 비행 전에 꼭 공부를 하고 오기때문에 대답해줄 수 있었다.

 

그런데 갤리에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건 전혀... have no idea였기때문에

나 애비니쇼 두번째 옵저버 비행이라서 잘 모른다고 얘기하자마자

아까 그렇게 물어보더니 ㅋㅋㅋ갑자기 나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다른 F1한명이 더 오니 그 친구랑만 얘기하기 시작했다.

 

음.. 저번 크루셋이 너무 좋았던 탓일까? 이번에 뭔가 순조롭지 않음이 느껴졌다.

 

CSD(사무장), CS(부사무장)이 들어오고 남은 F1한명과 다른 F2(이코노미 승무원)들을 기다리고있었다.

 

그런데 리포팅 시간(브리핑 시작 시간)이 다 됬는데도 더 이상 승무원들이 오지 않는것이다...????ㅋㅋㅋㅋ

CS가 오피스에 전화를 했고

놀랍게도 이날 모든 이코노미크루가 씩을 냈다고 했다ㅋㅋㅋㅋㅋㅋㅋ

 

이 얘길 듣자마자 옆에 있던 F1들이

This flight, this aircraft type, it makes sense 이러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거림ㅋㅋㅋㅋ

아까 폭풍 질문한 케냐애가 자기도 씩내려고 했다고 옆에 애한테 말했다.

 

알고보니 제다비행은 디맨딩하기로 유명하고

(메카가 있는 곳이라 전 세계의 무슬림들이 다 모여든다함. 가기전에 씻어야해서 옷 벗고 무슨 수건같은거 걸치고 타고, 죽기전에 한번은 가야하는 곳이라 고령의 승객들이 많아서 메디컬 케이스가 많이 발생)

 

B787-900은 도입한지 얼마 안되서 크루들이 오퍼레이팅을 많이 해보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기종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 데스티네이션과 기종의 콜라보로 이코노미 팀에 부사무장과 옵저버인 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부사무장의 표정은 굳어졌고...

나를 챙길 새도 없이 혼자서 이코노미 전체 safety check과 security search하느라 바빴다 ㅠㅠ

뭐라도 도와주고싶어서 내가 할수있는게 있냐고 물어보니

헤드셋을 만들라고 했다(???)

 

로드가 높지않을떄는 by hand로 헤드셋과 PPK(마스크, 세니타이저등이 든 키트)를 나눠주는데

그 드로워를 직접 만든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다.

 

헤드셋 드로워도 처음 만들어보는 거라 몇개 넣어야하냐고 물어봤다 ㅋㅋㅋ ㅠㅠ

(이런거 왜 트레이닝떄 안알려주냐고!!!!)

AS MANY AS POSSIBLE!

이라고 소리치고 세이프티쳌 하러 사라진 CS...

 

승객들 보딩 직전에

스탠바이에서 불려온 불쌍한 F2승무원들이 우루루 탔다.

 

이날 비행 자체는 제다의 악명에 비해 순조로웠다

비록 사람들이 uneducated되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지만...

 

기내에 침뱉고 싶으면 침뱉고

화장실에서 씻고 싶으면 씻었다

 

기내 바닥에 침뱉는거 봤을때 너무 충격받아서 뭐라고 말해야 하는걸까 싶었는데

아랍 노선 특성상 영어가 잘 안통하고 ㅠㅠ 내가 선생님도 아니고 승무원인데 이걸 어떻게 말해야하나 싶어서 넘겼다.

일하며 느끼는거지만 기내는 참 더럽다 ㅋㅋㅋㅋㅋ

청소를 한다고 해도 누가 썼을지 모르는 비행기를 계속 돌려쓰니

 

아무튼 CS 카트를 어시스트하고 서비스를 마쳤는데

 

CS가 나를 따로 불러서 오늘 진짜 잘했다고 폭풍 칭찬을 해줬다

 

솔직히 초반에 CS가 나를 미심쩍어함이 너무 느껴졌다 ㅋㅋㅋ 근데 이해한다. 디맨딩한 제다비행에 F2는 아무도 없지, 옵저버만 덜렁 하나있지, 나를 1인분 하는 승무원이라기보다 짐덩이 1로 인식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나를 못챙겨줬고 mean하게 말했을 수 있는데 본의가 아니라 너무 바빠서 그런거라고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나는 괜찮다고 이해한다고 너도 혼자서 세이프티 씨큐리티 쳌 하느라 고생했다고 말하고 CS는 내 옵저버 폼에 칭찬을 엄청나게 써주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근데 너무 짧고 바쁜 비행이라 배운게 별로 없었다

저번 비행의 Ali가 그리워졌다 ㅠㅠ

 

CS도 내가 너무 배운게 없다 싶었는지

다른건 다 필요없고 이것만 명심해

도하 도착했을때 카트에 술있으면 너도 잘리고 나도 잘리고 다같이 잘리는거야

 

이거 하나 알려줬다 ㅋㅋㅋㅋㅋ

사실상 one of the most important stuff을 알려준거긴 하다.

이 회사는 카타르 베이스라 그런지 술에 정말정말 민감하다

 

누군가 내가 오퍼레잇한 비행기를 take over 했는데 카트에서 술이 발견되면.........

그때 같이 오퍼레잇한 사람들 다 같이 오피스에서 만날것이다ㅎ...

 

 

이때의 기억으로 최근 제다 오버부킹인데도 씩 안내고 비행 하고왔는데 음...^^

두번째 옵저버 제다는 정말 정말 평화로웠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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